아빠가 우리 모르게 진행하신 결혼덕분에 새로운 어머니가 생겼다. 예전에 워낙 크게 데인 상처가 있다보니 일정거리 이상으로는 다가가지 않겠다는 나름의 다짐이 있었는데 그런 다짐이 무색하게 느껴질만큼 거리감 조절을 무척 잘 하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다. 얼굴을 뵌 건 5번이 채 안되는 거 같은데 묘하게 똑 떨어지는 분위기의 모습이 있달까? 그래서 이전과 같은 일은 안생길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는데, 아빠 생신때 얼굴보고 여자들끼리 한 번 모이자고 하셨던 게 빈 말이 아니었는지 진짜 연락을 주셔서 갑작스럽게 거의 3일? 만에 만나게 되었다. 사실 가기 전에 남편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나가야 하나 부터.. 지금 생각해보면 겁이 참 많다 싶은 생각들로 가득차 있었는데, 막상 만나니 너무 편안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전에 그 분이 비정상이었다는 걸 확실하게 일러주듯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 그리고 부모라는 자리에서의 책임감으로 다가와주셨다. 그래서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는 밥도 커피도 빙수도 잘 먹었고, 대화도 잘 나누었다.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들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고, 내가 여전히 순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있는 그대로 나는 좋았지만, 대화를 나누고 시간들을 보낸 이후에 든 나의 감상은 그런 느낌이다. 부동산에 대해 물어볼 때에도 나는 부동산 지식이 없어 제대로 대화를 하지 못했고,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너무 막 했나 싶기도 하고, 여전히 나는 내 멋대로 제 멋대로 날뛰는 망둥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자괴감 섞인 글을 적으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잠시 삼천포로 빠졌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이고 나는 이 모임을 통해 얻은 것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아빠가 표현하지 않지만 무척 많이 나를 귀여워하시는다는 것, 두 번째는 동생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것, 세 번째는 아빠 사무실 이용권, 네 번째는 새로운 부모님이다. 엄청나게 잘 해드리고 그런 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작년부터 경험해 온 인간관계를 돌이켜보면 힘을 뺀 인간관계가 결국 오래 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힘을 빼본다. 아빠와 평생 함께 하실거라고 말씀해주신 새로운 나의 부모님을 위해서. 만나서 반가웠고 감사드려요! 다음 번엔 더 활짝 웃으며 뵐 수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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