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남은 인생 가족들에게 잘 할 거라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라는 핑계로 또 나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아빠가 엄마 돌아가신 이후로 주 양육자가 되었고, 아빠는 우리가 외가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더디했다. 더불어 갓 20대가 된 나는 할머니, 할아버지보다 내 인생을 우선시했다. 그냥 그랬다. 내 인생이 우선시되어도, 전화 한 통, 식사 한 번은 할 수 있는 일인데, 늘 그렇게 외면해왔다. 그 결과가 지금이다. 엄마는 무슨 생각을 할까. 6월 6일 비가 오고 천둥번개가 칠 때 엄마인가 했었다. 또 금요일에 또 천둥번개가 칠 때 엄마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게 맞았나보다. 엄마가 분노했었나보다. 보고싶다. 혼나도 좋으니, 목소리도 듣고 싶어 안겨서 엉엉 울고 싶다. 하루를 꼬박 울어도 눈물이 멎질 않는다. 멎었던 눈물도 다시 차오른다.
그렇지만 이렇게 후회만 하고 있어서는 되는 것이 없다. 손수현 작가가 본인 어머니가 아프셨을 때의 이야기를 칼럼으로 적어놓은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지금 그 생각이 났다. 나는 그 작가처럼 돈이 많아서 무슨 치료든 다 해드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 누구도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걸 확신했다. 더불어 감정적인 것은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할아버지가 항암을 하실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하실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선택을 하시든 나는 나의 최선을 다 할 것이고, 할머니의 일상을 지켜드리고 싶다. 간문부 담관암에 대해 검색해보며 공부중인데, 연세가 있으셔서 항암보다는 다른 방향의 치료방법이 좋을 것 같고, 또 병원도 지금 병원보다는 담관쪽으로 더 유명한 교수님이 있다고 해서 그쪽으로 이동해가고 싶은데, 사실 나의 의견보다 당장 할아버지를 모시고 다녀야하는 숙모와 삼촌의 의견이 더 영향이 큰 것이 사실이다. 또 현실적으로 치료하는데 있어서 드는 비용들을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이 들고..
나는 기독교인인데, 처음 할아버지 소식을 듣고 원망스런 마음이 들었다. 엄마도 암인데, 할아버지도 암이라니. 자식 둘을 그렇게 보내놓고 지옥속에 사시다가 이제서야 일상을 회복하신 두 분인데, 아픈 할아버지는 어떡하고, 우리 할머니는 어떡하라고 이러시나. 근데 막상 내 마음을 위로 받을 것이 CCM뿐이라 노래를 들으며 엉엉 울었다. 분명 내게 주시는 메세지이니 잘 알아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건강관리를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남기는 것이 아까워 더 먹지 않고, 나를 아껴주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겪는 이 고통을 남편도 우리 할아버지를 통해 간접적으로 처음 경험하는 일이라고 말하는 이 고통스러운 일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절대로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남편이 말하는대로 내가 원하는 집 옆에 남편의 작은 오두막을 짓고, 소원하는대로 콩을 쑤어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그며 나 조차도 책으로만 보던 옛 문화를 지키며 전승하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지옥속에 있을 우리 할머니와 힘들어하시는 할아버지를 위해 매 순간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부디 이 어려움을 평온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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