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은 것이 문제인거 같다. 그래도 정리를 통해 조금씩 난잡하던 마음이 차분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의 행복을 오늘 조금 맛보았다. 내일 교회일정으로 오늘 소아과에 다녀왔는데, 이마트 소아과에 가면 항상 첫째는 블록놀이 펼쳐놓은 곳을 지나치지 못한다. 약속을 했기 때문에 함께 블록놀이로 가서 같이 집을 만들었다. 처음에 엄마는 집 만들거야~ 하고 시작했는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던 첫째가 그 집에 견인차가 살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면 함께 집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색깔을 지정해서 찾아오도록 했다. 함께 하나씩 끼우고 찾아서 맞추니 정말 근사한 집을 완성시킬 수 있었다. 중간에 첫째가 지붕에 올릴거라고 만들어준 것도 함께 붙이고 싶어서 더 열심히 집중해서 만들었다. 어째 육아를 하다보면 내가 더 집중해서 노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잘 안놀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직무유기같은 기분이랄까. 이것도 저것도 다 제대로 못하게 되는 원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제 밤에 둘째가 잠들면서 엄청나게 심하게 기침을 하는 것이다. 정말 토할 것 같이 연달아 계속해서 걱정이 많았다. 중간에 한번 크게 가래를 뱉어내고, 그 이후로 토악질을 두번은 한 것 같다. 토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계속 넘어가는 콧물과 올라오는 가래의 싸움에 애꿎은 둘째만 고생이었다. 상체를 높여 기대어 잘 수 있도록 해주고나니 숨쉬는 것이 수월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흐름이 잡혔고, 덕분에 아침까지 안전하게 잘 잤다. 왠일로 오늘은 낮잠도 일찍 들었다. 아마 어제 밤에 안자고 계속 놀다가 늦게 자고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 듯 하다. 푹 자면 좋겠는데, 우리 아이들은 무척 예민하다. 그래도 밤새 안깨고 잘 자는 둘째덕분에 이제는 새벽지옥에서는 조금 해방된 기분이 든다. 이대로 밤잠자면 아침에 함께 일어나자. 물론 엄마가 새벽기상할 때 같이 안일어나고 푹 자주면 더 좋고!
오늘 점심에 할아버지를 뵈러 다녀오려고 했는데, 둘째의 기침감기를 옮기는 것이 너무 위험하다는 남편의 의견에 나도 동의했다. 그래서 다음 주 평일에 하루 아이들 모두 등원시키고 인천에 다녀오기로 했다. 오늘 숙모와 대화하는데, 할아버지가 너무 마르셔서 보고 놀라지 말라고, 또 울지도 말라고 이야기해주셔서 마음을 단단하게 먹겠다고 다짐을 드렸다. 할머니가 무너질까 무섭고, 다들 면회가며 마른 할아버지 모습에 놀라도 익숙해졌을텐데, 나는 처음보는 할아버지의 마른 모습이라 나도 내 스스로 눈물이 날까 무섭다. 울지 말자. 아니 씩씩해지자. 할아버지가 오늘은 미역국에 말아서 한 그릇 다 드셨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마음이 어찌나 안심이 되고 감사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할아버지께서 식욕이 올라오실 때 뭐라도 더 드시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영양음료?를 보내드렸는데, 아마 당케어라 단맛이 전혀없어서 맛없다고 안드시지 않을까 염려되긴한데.. 할머니도 같이 드시라고 했으니까... 제발. 나의 간절한 마음이 통해 할아버지 입맛에 잘 맞았으면 좋겠다. 호두맛이랬는데, 견과류를 좋아하시니 달지 않아도 고소한 맛으로 드셨으면 좋겠다...
후회. 기특하다고 말씀해주시는 숙모께 내가 드린 말이었다. "너무 후회돼요. 후회는 항상 늦는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늦는 기분이에요." 그리고 나의 말에 "후회가 왜 후회니? 뒤늦게 알게 되니 후회지. 다 똑같아. 나도 그랬으니까." 라고 답변해주시던 숙모..... 숙모는 작년에 숙모를 무척 아끼고 사랑해주시던 아버지를 보내드려서 나의 마음을 잘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이런 숙모가 곁에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감사하다고 말씀드렸다. 이후로 답이 따로 오지는 않았지만,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 나는 후회없이 잘 살았는가?
나는 평생 이 문장에 그렇다 라고 말해본 일이 손가락에 꼽을 듯 하다. 그렇기에 오늘 하루 원없이 사랑하고 예쁜 말, 고운 마음을 쏟아내며 아껴주고 더 많이 품어주어야지. 내 모든 삶을. 내 모든 소중한 것들을. 부엌 식탁 돌리기를 남편에게 제안하러 가보아야겠다. 오늘 하루도 알차게 열심히 잘 마무리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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